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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서권이 뜬다

5월26일 오전 10시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과학기술회관 회의실에서 대한국토·도시학회와 한국도시설계학회가 공동으로 주체한 합동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의 주제는 '수서·문정일대 어떻게 관리하고 육성해 갈 것인가?'이다.
제목만 봐도 거창해 보인다.
 


여기다가 도시계획 관련 학회에서 주체를 했으니 부동산 개발 관련 업계나 종사자들에게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특히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이 '수서·문정 지역 중심 육성방향'이라는 내용을 발표한데다 서울시 도시계획 자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구자훈 한양대 교수가 '서울시 도시 공간구조에서 수서 역세권의 의미'에 대해 설명을 갖어 앞으로 수서역세권 개발의 방향을 가늠케 했다.
 
모양새는 토론회 형식을 취했지만 내면은 "수서역세권은 이렇게 개발할 것이다"라는 것을 말해주는 듯한 분위기였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수서·문정 지역중심 종합관리 방안'을 수립하기로 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대대적인 수서역세권 개발에 앞서 여론의 추이를 감지하기 토론회를 활용하지 않았나 싶다.
 
수서역세권 개발에 대한 서울시의 생각은 이렇다.  내년 KTX 개통과 함께 수서역 일대 60만㎡의 땅을 미래형 복합타운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수서역사부지·수서차량기지와 역사남측의 민간부지를 통합해 새로운 미니 신도시급 복합타운을 조성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수서·문정지역 중심 종합관리 방안을 통해 관련 지역의 무분별한 개발을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수서역세권 복합타운 예정부지는 현재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로 묶여 있어 개별적인 개발은 제한된다. 하지만 수서역사는 공공성을 들어 건립이 허용됐다. 내년초 개통 목표로 건립 중인 수서역사는 지하1층, 지상 3층의 총연면적 11만8000㎡크기다. 시는 수서역사와 함께 이 일대 그린벨트를 풀어 고밀도 복합타운을 건설하겠다는 얘기다.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이 내놓은 자료의 내면을 보면 복합타운의 형태는 중소산업 클러스터 같은 복합업무단지와 공동주택, 상가시설이 함께하는 구조가 될 것 같다.
 
시는 수서역 복합타운 조성을 통해 인근 문정동 일대와 연계해 강남권의 새로운 지역중심으로 육성하겠다는 담대한 계획도 구상 중이다.
 가든 파이브로 알려진 동남권 유통단지, 법조단지와 주거용 오피스텔이 건설되는 문정도시개발사업구역,현대화 사업이 진행 중인 가락농수산물시장을 연계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다 합한 면적은 340만㎡이나 된다.

 이런 방대한 계획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수서역세권 복합타운 개발은 매우 중요하다. 복합기능을 갖는 도시가 만들어지면 주변과의 연담화로 지역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수서복합타운 개발에 걸림돌도 많다. 우선 그린벨트 해제 여부다. 해제권한이 지방자치단체로 대폭 이관됐지만 중앙정부가 반대하면 해제가 어렵다. 대규모 복합타운 개발로 인한 교통난 해결도 쉽지 않다. 또한 민간부지 지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듯 싶다. 수용이 아닌 개별 개발을 요구할게 뻔하다.

 시는 이를 의식해 복합도시를 한꺼번에 조성하지 않고 단계별로 추진하는 방안을 강구 중인 모양이다.

 이런 가운데 수서복합도시 개발설이 나돌면서 이 일대 부동산가는 웃음이 가득하다. 올 들어서만 수서권 아파트값이 4000만~5000만원 정도 올랐다. 특히 복합타운으로 편입될 민간 소유토지는 금싸라기 땅으로 바뀐다. 그린벨트 해제 전에 공공사업 명목으로 토지가 수용될 여지가 많지만 그렇다 해도 지주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엄청나다.

 궁마을·쟁골과 같은 주변 그린벨트 내의 단독주택가도 관심 대상이다. 복합타운 개발과 함께 이 지역도 그린벨트가 풀리지 않겠느냐 기대감 때문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새로운 주거타운으로 개발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시세는 3.3㎡당 1500만~2500만원선이다.

 반면에 수서복합타운 개발은 지방 도시의 희생을 불러 올지 모른다. 최근 대한국토·도시학회가 주체한 ‘수서·문정지구 관리및 육성 방안’ 관련 토론회에서 김우영 성균관대 교수도 “수서KTX역사 건설로 지방 수요를 서울로 유입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지방은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서역의 영향력은 그만큼 크다는 소리다.
 
수서역세권 복합타운과 대도심철도(GTX) 가 연결되는 삼성역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게 되면 강남권의 영향력은 더욱 비대해진다. 한전부지를 포함한 인근지역 통합개발 이슈가 있는 삼성역세권이 서울시가 추진하려는 잠실운동장의 마이스(MICE) 관광특구 개발과 맞물리면 이 일대의 경제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지방 중소도시는 물론 서울의 다른 지역 경제력까지 이곳으로 흡수될 여지가 많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역 균형개발이 아닌 부자동네만 더 살찌우는 불균형이 벌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2015-06-09 오전 11:44 중앙일보)

 

최영진 부동산경제평론가
세상과 부동산 http://blog.joins.com/cyj3600
저널리스트겸 부동산 경제평론가.건축, 부동산, 도시계획 전공(도시계획학 박사)여러 대학에서 강의도 했고 방송토론 패널로도 다수 참여